[번역괴담] (31) - 나갈 수 없다는 말

대학생이었던 케이타씨는 어느 날 여자친구와 쇼핑몰에 간 모양이었나봐.

그렇게 말은 했지만, 지방의 작은 규모의 4층 정도 적적한 곳이었어.

평일 낮이었는데 사람도 드문드문했고.

거기서 밥을 먹거나 뭘 하는 일 없이 내부를 어슬렁거리기만 했나봐.

그런데 CD를 파는 가게가 있어 그 안에 들어가 봤어.

 

그리고 케이타씨는 가게 안에 비치된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나봐.

여자친구는 가게 안을 그냥 돌아다니기만 했고.

당분간 그러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며 갔다 온다 그랬어.

그 말에 알겠다고 대답한 케이타씨는 다시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계속 듣고 있었어.

 

그러고선 헤드셋을 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타 씨는 여자친구랑 다시 합류해야지 생각했는데,

휴대전화를 꺼내들자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었대.

 

잊어버린 물건이 안 보여. 4층에 있을 지도 모르니까 보고 올게.

 

4층은 오락실이 있었지만, 

그 날은 케이타씨도 그 여자친구 분도 거길 가지 않았어.

이상한 생각이 든 케이타씨는 오늘 4층은 가지 않았다고 답신을 보냈어.

그러고 기다려봤지만 답장이 오거나 하진 않았어.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한 케이타씨는 우선 4층으로 가보기로 했지.

 

그렇게 4층에 가보았지만, 평일 낮이라 사람도 거의 없었어.

우선 여자친구를 찾아보려 돌아다녀 봤지만 찾을 수 없었대.

또 휴대전화를 꺼내 여자친구에게 '어디야?'하고 문자를 보냈다나봐.

그러자 얼마 뒤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왔다고 해.

 

나갈 수 없어 (;;)

하며 문자가 왔어.

나오지 않는다니 뭐가? 어디 있는데?

하고 케이타씨는 다시 문자를 보냈어.

 

여자친구에게 다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어.

 

4층에서 나갈 수 없어 (;;)

하고 답신이 와 있었대나봐.

의미를 모르겠으니 장난이라도 치나 생각했나봐.

아니, 4층에 내가 있다고! 하며 문자를 보냈더니 다시 답장이 왔어.

 

 

나갈  수 없어. 살려줘.

하고 답장이 왔어.

 

 

혹시 뭔가 위험한 일에 처한거 아닌가 생각한 케이타 씨는 오락실 안을 돌아다니며

여자친구를 찾아보았대. 심지어 화장실 안 까지 빠짐없이.

하지만 역시 여자친구는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케이타씨는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어.

문자 답장도 하지 않게 되었지.

일단 이 4층에는 없다고 생각해 다른 층을 찾아보기로 생각해,

3층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온 모양이야.

 

그렇게 3층을 다시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어.

가게 직원분에게도 여자친구의 인상착의와 특징들을 전해 물어 보았지만,

모두 모른다는 말만 들었어.

 

그래서 결국 3층에도 없으니 다음은 2층으로 가려고 마음 먹었던 그 때였어.

에스컬레이터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여자친구를 발견한거야.

다행이야! 하고 생각하여 여자친구의 모습이 좀 이상했어.

 

뭐라 해야 할까, 양손을 위에 잡고 헐레벌떡 움직이고 있었어.

물에 빠져서 손을 휘젓는 것처럼.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며 에스컬레이터로 향했어.

 

그렇게 케이타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땐 그녀는 4층에 다다르고 있었어.

변함없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움직임을 하면서. 

 

그래서 케이타씨는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봤지만,

여자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또 빠짐없이 찾아보기 시작했지.

하지만 역시 안 보였어.

가게 직원분이나 손님들에게 물어봐도 모두 못 봤다는 말만 해주고.

 

어쩔 수 없던 케이타씨는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를 다시 꺼내니,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었어.

 

나갈 수 없어.
라는 문자뿐이었어.

결국 케이타 씨는 또 계단을 내려가 3층을 찾기 시작했지.

그랬더니 또 여자친구가 허우적대듯이 움직이면서 에스컬레이터 4층으로 올라가는게 보였어.

 

또 에스컬레이터로 달려갔지. 

그렇게 4층에 케이타가 도착했지만 여자친구는 또 사라졌어.

휴대전화를 보니 여자친구한테 또 문자가 왔어.

 

다시

나갈 수 없어.

그 말만 적힌 문자 메시지였어.

 

그런데 폐관을 알리며 천장의 빛이 흐르기 시작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후 2시에 도착했는데 시계를 보니까 9시였던거야.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을 리가 없는데.

여자친구에게 다시 전화 배 보았지만 배터리가 바닥이 났어.

 

경비원에게 여자친구가 아직 4층에 있다고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찾을 수 없었어.

먼저 돌아간거 아니냐? 하고 경비원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일단 쇼핑몰을 나가기로 했어.

그런데 또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와 있었어.

'나갈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일단 여자친구의 부모님에게 이 일을 알리는 편이 좋겠다 생각하여,

케이타 씨는 여자친구 집에 가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

경찰에게도 가보자고 생각했지만, 

아까 경비원이 품은 의아한 표정이 머리에 떠올랐어.

일단 자기 집에 돌아가기로 했나봐.

 

다음 날, 케이타 씨는 아침 일찍 여자친구 집에 가보았어.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어.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그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지.

 

그렇게 4층에 도착했지만 또 사람은 얼마 없었어.

또 빠짐없이 수색하기 시작했지.

그렇게 어제랑 마찬가지로 계단을 내려가 3층으로 내려가 찾아보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자친구가 허우적 대듯이 움직이며 에스컬레이터 4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어.

 

그 순간이었어.

천장에 또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한거야.

 

케이타 씨는 무서워졌어.

쇼핑몰에서 뛰쳐나왔지.

그리고 휴대전화를 보니까 여자친구한테 '나갈 수 없어'란 문자가 또 와 있었어.

결국 무서워진 그는 휴대전화를 꺼버리고 이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했어.

 

그렇게 1주일이 흘렀어.

역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우선 그는 다시 여자친구 집에 가보기로 했어.

초인종을 누르니 그녀의 아버지가 나오셨어.

 

저, 케이타인데요. 하고 말씀을 드렸어.

여자친구 아버지는 그와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는데, 

꽤나 쾌활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지만 오늘따라 어두웠어.

 

목소리가 응대하는 것도 무기력하게 느껴져 보였지.

케이타 씨는 여자친구가 집에 돌아왔나요?

하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어봤어.

그랬더니 계속 귀찮아 하면서 그런 걸 알겠냐는 듯이 말을 했어. 

케이타 씨가 아는 한 여자친구는 외동에다가 아버지에게 평소에도 귀여움 받는다는 느낌이었는데,

계속 귀찮다는 듯이 굴고 있었대.

 

그보다 너 얼마 있어? 

하는 말을 듣게 되었어.

그 딸내미 너한테 줄 테니까 우편함에 돈이나 넣어놔.

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거였지.

 

케이타씨는 다시 물어봤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일단 그런 건 모르겠다고 하고는 더 이상 말 하지 않고,

일단 그 딸내미 너한테 줄테니 돈이나 넣으란 식으로 말을 하고는,

문을 닫은 거 같아.

 

결국 다시 4층에 가보았어.
하지만 당연히 여자친구는 없었지.

그래서 계단으로 3층에 내려갔는데 에스컬레이터를 보니 익숙한 동작을 하는 여자친구가 있었어.

4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말야.

하지만 전과 달리 에스컬레이터의 난간에 몸을 기댄채,

양손은 뒤로 쳐지고 고개가 반대로 꺾인 얼굴이 반대쪽을 향해 한쪽 손으로 손짓을 하고 있었대.

 

케이타 씨는 그걸 본 순간 비명을 지르면서 쇼핑몰을 뛰쳐 나와,

집까지 도망쳤다는 거야.

역시 휴대전화에는 여자친구한테 문자가 와 있었고. 

 

나갈 수 없어.

하고 똑같은 문자가.

 

그는 집을 뛰쳐 나와 가까운 강가로 가 휴대전화를 던져버렸대,

그리고 그 날 휴대전화를 해약했나봐.

 

 

그 쇼핑몰에는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기로 했나봐.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그 일도 잊기 시작한 케이타 씨는,

사회인이 되어 결혼까지 하여 행복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어.

결혼 한 지 2, 3년쯤 되었을까, 

아내도 임신을 해서 두 사람 모두 대망의 아기가 태어날 것에 기뻐했나봐.

 

그래서 출산 예정 일이 가까워지자,

케이타 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둘이 보내고 있는데,

아내가 진통이 왔나봐.

 

케이타 씨는 차로 병원에 아내를 데리고 갔고,

케이타 씨도 분만실에 들어가니 출산이 시작되고 있었어.

그는 조마조마했지만, 아내는 침착한 것을 보고 여자란 굉장하구나 생각해 하면서,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어.

 

그 사이 분위기는 이제 곧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의사와 간호사를 통해 느껴지는 듯 했어.

의사의 지시에 따라 부인이 호흡을 들이 마시고 내쉬기 시작했어. 

케이타 씨는 힘내! 하고 말을 하면서 손을 잡아 주었어.

의사가 '머리가 보입니다. 조금만 힘내세요."하고 말을 하고 있었어.

 

이제 곧 끝난다고 케이타 씨는 생각하고 있었지.

그런 시간이 잠시 계속되고 있었어.

그런데 분만실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어.

의사와 간호사가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인 듯 했지.

 

케이타 씨가 아내에게 잠시 떨어져 그들에게 묻자,

'아기가 나오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게 되었어.

 

나오지 않는다고?

탯줄에 걸리기라도 한 겁니까? 하고 물어보니까,

'아뇨, 걸린거 같진 않아 보여요. 일단은 손을 쓰도록 할게요."

하는 대답을 듣게 되었어.

 

그 사이 분만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대.

케이타 씨는 밖으로 나와버렸어.

의사도 간호사도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지.

분만실 밖에서 케이타 씨는 발만 구를 뿐이었어.

게다가 분만실 안의 분위기도 험악해 졌는지, 

의사가 거칠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어.

 

그 사이 간호사가 케이타 씨쪽으로 왔어.

'아이가 위험한 상태에요.'

하며 케이타 씨에게 알려주었어.

 

위험한 상태라니 무슨 말입니까!?

하며 케이타 씨가 물어봐도 간호사는 굉장히 드문 일인데 아이가 나오려 하지 않아요.

나온다 했는데 다시 들어가버렸네요.

하는 말을 한 모양이야.

 

그러던 차에 분만실 안이 분주해지더니,

부인의 울음 소리와 의사의 노성이 들려왔어.

그러고 있자 조용히 의사가 케이타 씨에게 다가왔어.

 

'유감스럽습니다만, 아기가.'
그러고 분만실 안에 들어가니,

부인은 분만실 위에서 울고만 있었어.

아이는 결국 머리 끝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망한 듯 해.

어떻게든 빼려고 했지만 이미 죽은 상태로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대.

부인은 그저 울고만 있었지.

 

케이타 씨는 잠시 넋이 나간 듯 서 있다가 그 광경을 보게 된 듯 해.

그 뒤로도 어떻게든 빼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어.

마치 이쪽에서 나오게 하려 하면,

저편에서 잡아당기듯이 나오지 않으려 했다나봐.

의사는 그의 물음에 저렇게 대답을 했대.

 

일단 부인은 구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호송되었어.

그리고 케이타 씨는 망연자실하면서,

자기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에게 연락도 못 한 채 휴대전화만 꺼내들었어.

그리고 휴대전화를 보니 1건의 문자가 와 있었어.

 

문자를 확인해보니 휴대전화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낯 익은 전화번호였어.

자기 이름과 생년월일과 쇼핑몰에서 사라진 여자친구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조합한 전화번호.

다시 말해 전 여자친구가 보낸 문자였어.

 

나갈 수 없어.

하고 적힌 문자였어.

 

그 뒤 부인은 어떻게든 아이가 나올 수 있게 되었지만,

불안정해진 상태여서 통원을 하다 입원, 입퇴원을 반복하더니

어느 날 자살했다고 해.

 

케이타 씨가 부인의 유품을 정리할 떄

입원할 때 부인의 공책을 찾았는데,

그 안을 계속 봤지만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에 그저 한 마디만 작은 글씨로..

 

나갈 수 없어

라고만 적혀 있었대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