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

[번역괴담] (26) - 이른바 상성

아이버스 2024. 8. 27. 10:49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에겐 귀찮은 가족이 있습니다.
그건 4살 연상인 형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적이고 성격은 음흉합니다.

자기 기분이 좋을 때만 상태가 괜찮다 해도,

다른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저나 가족들은 그런 형에게 여러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가족이긴 하나 무신경한 태도로 매일 불만밖에 없던 제겐,

가능한 거리를 두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려나요.

제가 대학에 다니던 떄입니다.

그 때의 형이라 하면 몇 번이나 수험을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아르바이트를 해봐도 금방 그만뒀고,

여전히 방황하는 생활을 하던 모양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생활 태도에 대해 꾸지람이라도 받으면,

불쑥 집을 나가 얼마 있다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자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1층이 가게, 2층이 저희 집이었습니다.

나이도 먹은 장남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고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날까,

부모님은 손님들의 눈치를 살피곤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형에게 시내의 아파트에서 살 것을 제안했습니다.

부모님은 주말을 이용해 공인중개사를 찾아 계약을 하였습니다.

이사는 저도 돕긴 했지만,

잘 보면 목조 2층 건물에다, 윗집에 사는 사람이 돌아오면

금속 계단 소리가 나는 오래된 아파트였습니다.

 

형의 방은 2층에 있었고,

목욕탕과 화장실이 별도로 딸린 2K(주: 방 2개랑 부엌이 딸린 집)였습니다.

혼자 살기엔 충분했습니다.

형은 시끄러운 부모님과 떨어지니 내심 기쁜 모양이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짐을 정돈하고 있었던 걸 보면 말입니다.

저와 부모님도 입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걸로 제법 마음이 놓이네."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1달쯤 지났을 어느 날,

형이 본가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저 방이 뭔가 이상하다. 이사가고 싶다."

하고 말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은 물론 어이가 없었습니다.

형이 말한건,

"밤이 되어 자려고 들면, 가슴 주위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그 방에 이사하고나서 지금까지 놀러 왔던 여자친구가 오지 않게 되었다."

와 같은 말을 한 모양입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형은 이른바 영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신경이 무디기 때문에,

방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올 수 없다는 둥의 말을 할 수 있었던거죠.

 

아버지는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하고 한 마디로 일축하곤 형을 돌려보냈습니다.

 

그 뒤에도 형은 전화로 몇 번이나 같은 소리를 하였지만,

이야기 내용이 이런 식이다 보니 이번만은 부모님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부모님은 형이 거는 전화도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또 형이 본가에 와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형의 말에 따르면, 

그날 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 위해 밖에 나왔을때,

이웃에 살던 남자와 얼굴을 마주한 모양입니다.

 

아파트에 10년 이상 살고 있다고 하던 그 사람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그때까지 형과 얼굴을 마주하던 일이 없다 했는데,

지껄이듯이 형은 자기가 느꼈던 방의 이상함을 이야기했나 봅니다. 

 

"제 방이 뭔가 이상해요."

"그거야 그렇죠. 사람이 죽은 방인데요."

형은 반신반의했지만, 그 모습을 보던 옆집 사람은

 

"그래서 당신 방이 집세가 싼거에요."

하고 말을 한 모양입니다. 

 

그 분이 내고 있는 집세를 물어보니,

분명 부모님이 내주시던 금액의 2배였습니다.

 

옛날 일이기도 했고, 

부모님은 고지의무라는 말 자체를 몰랐던 분들이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이렇게 가족회의를 한 결과,

형의 부탁을 못 이긴 부모님은 다시 형의 이사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대학을 졸업한 저는 결혼하여 다른 현으로 이사해 살고 있었습니다.
낯선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는건 힘든 일이었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그때 사고가 난 건물이 나온 사이트가 화제라 하여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는걸 보고,

저는 문득 형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 때 형이 말한게 사실이었나?"

저는 컴퓨터를 켜 고향 지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인상적인 불꽃 마크가 있는 건물은 도시에는 그 종류가 많다보니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지방 도시는 다릅니다.

 

그 아파트가 지어진 곳은 치안이 좋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금세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형이 살고 있던 방은 가정 폭력이 반복되며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그 뒤에 자살을 했다는 이른바 사연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형은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었습니다.

"그 방에 있으면 여자친구는 금방 돌아가고, 공기가 답답해서 최악이야.

하지만 A가 오면 공기가 바뀌거든."

A씨는 얼마 없는 형의 친구로 저도 만나 본 적이 있었습니다.

 

온화한 성격의 남성으로,

이런 말을 하면 실례일지도 모르겠지만,

A씨의 인상이 너무나 평범했기에,

저는 A씨의 이야기를 그대로 흘려 듣고 있었습니다.

 

A씨는 너무나 가정 환경이 화목한 편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형은 그 아파트에 있던 누군가의 신경을 거스르는 존재였음에도,

A씨 덕분에 치유 효과를 본건 아닐까 생각해본니다.

 

"상성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그건 사람 외의 사항도 포함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형은 그 뒤에 정신병이 생기며 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게 이사를 했던 이른바 사연 있던 아파트와 관련이 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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