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체험한 일입니다.
제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하셔서,
매주 일요일은 해가 뜨기도 전에 낚시를 하러 가곤 하셨습니다.
집에서 낚시를 하러 바다까지 차로 40분 정도 걸립니다.
저희 집은 산에 있어서 산을 내려가 강가를 달리고,
터널을 빠져 나와야 비로소 바다에 도착합니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시면,
물고기를 잡은 날엔 낚시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는데,
어느 날 허탕을 쳤다며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평소엔 낚시를 하러 가는 중이었는데 아침 4시쯤일거야.
여자랑 어린 애가 터널을 빠져나와 주위를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아마 부모 자식이겠지.
어째서 이런 시간에 걷고 있었담."
아버지는 그저 이상하게 생각하며 평범하게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저나 가족들은 "혹시 그거..."하고 공포에 떨었습니다.
저는 특히 겁이 많은 편이라,
그런 이야기를 들어버리면 며칠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기에,
화장실에도 혼자 가는게 무리였습니다.
낚시를 하는 건 흥미가 있었지만,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장소에는 가까이 가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이번에 같이 낚시 하러 안 갈래?"
여름 방학에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셨을 때는,
기쁨과 동시에 그 장소에 가고 싶지 않은 기분이 교차했습니다.
결국 낚시의 유혹에 지고 만 저는 아버지랑 낚시를 하러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출발하였습니다.
아직 잠이 덜 깬 저는 또 잠을 잔다면 그 무서운 곳에 금방 도착할 거라 생각해,
아버지에게 "도착하면 깨워줘."라 부탁하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차가 움직일수록 결국 잠이 깨버려,
견딜 수 없게 된 저는 쭈뼛거리며 눈을 떠 보자,
차가 터널을 마침 통과한 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말한 그 곳이었습니다.
앗! 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 눈에 나타난건 공중전화 박스였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긴 머리의 여자와 어린애가 같이 걷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여자랑 아이는 허리 밑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신이 희미하게 안개가 낀거 같아 정확히는 인식되진 않았지만,
입체적인 사람이라곤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저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차로 제 옆에 사람이 타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포로 머리가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었지만,
마치 만원 전차에 몸을 움직일 수 없이 꽉 낀 기분이 들어,
참지 못하고 저는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제 옆에는 하얀 몸에 투명한 어른이 제게 딱 달라붙어 앉아 있었습니다.
새카만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가려졌지만,
아까까지 공중전화 박스 근처에 있던 여자란걸 직감했습니다.
저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보았습니다.
그러자 겨우 몸이 움직이고 계속해서 전신이 움직여졌습니다.
그 때는 이미 옆에는 아무도 없었고,
혼란스러웠던 저는 무의식적으로 크게 울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놀라신듯 차를 멈추시더니,
금방 도착한다며 저를 진정시키고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 후, 저는 당연히 낚시를 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너무 무서워 평정심을 잃는 바람에,
1주일 정도는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고,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았고,
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생각이 날까 공포심도 느끼곤 했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는게 가능한 걸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공포가 진정된 건지도 모릅니다.
이 체험은 잊을 수 없어서 그 길로는 다니지 않도록 주의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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