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

[번역괴담] (30) - 사탕 할머니

아이버스 2024. 8. 28. 10:14

내가 어릴 적 근처에 '사탕 할머니'라는게 있었어.

귀신이나 요괴는 아니고 일단 인간이야.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그런 사람이었지.

 

여름인데도 털모자를 쓰고,

자주 근처 공원 벤치에 혼자 앉으신 채 멍을 때리곤 했어.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고만한 애가 놀고 있으면 걔한테 사탕을 주곤 했지.

"착한 아이니까 사탕을 주마." 하고

 

사실 나도 받아봤어.

내가 받을 때는 우유 맛이 나는 하얀 사탕이었을걸.

지금 생각해보면 잘도 그런 정체를 모르는 사람한테 받은 사탕을 먹을 수 있구나 했지만,

뭐 어린애일때니까 그러려니 하자.

 

사탕 자체도 딱히 이상하거나 하진 않고,

자주 주변에서 사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사탕이었어.

그런 애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사탕 할머니'

당시엔 나도 할머니라 부르긴 했지만,

실제 나이는 그렇게 할머니라 불릴 수준은 아니었던거 같아.

대충 40대 정도였을 지도 모르고.

 

소문에 따르면, 사탕 할머니도 이전엔 평범한 사람이었다나봐.

그게 어느 날 자기 애가 병으로 죽고 충격을 받아 조금 이상해진거라네.

그 이후로 마을에서 자기가 죽은 애랑 몸집이 비슷한 애만 보면,

사탕을 나눠주게 되었다나봐.

...아니, 정말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밖에도 받은 사탕을 먹어 버리면 집에 끌고 가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던가,

사탕이 사실 어린애의 인육으로 만든 거라든지,

할머니가 시속 69km로 달린다던가...

소문이라기엔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까지 산더미로 있었지.

 

아무튼 우리 초등학생들끼리 그런 소문이 돌아다니니까, 애들도

"아, 이 사람은 뭔가 이상하구나."

하고 알게 되면서 우리들은 사탕 할머니에게 가까이 가지 않게 되었지.

 

학교 선생님도 돌려 말하듯이

"모르는 사람에게 물건을 받지 않도록."

"사탕 받았다고 그 사람 따라가지 마라."

와 같이 주의를 주었어.

다만 실제로 어린애가 그 할머니에게 당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어.

 

그런데 그 사탕 할머니가 어느 날 죽은거야.

타살로 말이지.

그것도 10대 학생들 패거리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거 같아. 

 

때마침 퍽치기 같은 범죄가 유행하던 시기라,

아마 그 흐름에 그 이상한 할머니도 휘말려 일을 당한듯 했어.

 

사실 범인에 대하여 현지 사람들은 모두 짐작가는 바가 있었어.

평소부터 사탕 할머니를 짓궂게 괴롭히던 고등학생 패거리들이 있었거든.

초등학생에게도 가오나 잡고 비비탄 같은걸 쏘던 최악의 놈들로,

애들은 모두 그 놈들을 싫어하고 있었기에,

벌써 완전히 범인이다 확정을 하고 있었지.

 

증거도 없는 주제에

"범인은 분명 그놈들이야."

"언제 잡아가는거람."하고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사탕 할머니가 죽은 지 1주일이 흘렀어.

그 고등학생 패거리들 중 1명이 사고로 죽은 모양이야.

오토바이를 과속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해.

 

이런 말을 하기엔 좀 그런데,

우리 애들은 굉장히 신이 났어.

 

사탕 할머니의 재앙이다! 저주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거 엄청 난리였지.

 

"죽은 고등학생의 주머니엔 사탕이 가득 차 있었다."

라던가 역시 거짓말이겠지만.

 

사탕 할머니는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인기가 있었기에,

아마 이야기를 할만큼 이상한 인물은 아닌거 같았어.

그러니까 우리들은 모두 사탕 할머니의 편이었고,

남은 패거리 사람들이 언젠가 사탕 할머니에게 '당한다'던가

하고 다들 두근거렸지.

 

그리고 이어서 두 번쨰 사고가 났어!

...하고 쓰면 재밌을거 같지만 사건은 이걸로 끝이야.

정확히는 남은 패거리 애들은 어느새인가 다들 동네에서 사라져버렸거든.

 

못견디고 이사를 가버렸다, 경찰에게 붙잡혔다 여러 소문이 났어.

어른들에게 물어봐도 확실히 대답해 주지 않고,

그런 차에 사탕 할머니에 대해서도 금기라고 할까,

그런 식으로 다들 치부하게 되어 말을 꺼내기 그런 분위기가 되어 갔어.

 

나도 고등학교, 대학교를 현지에서 떨어진 학교로 진학했기 때문에,

'사탕 할머니'같은 엄청난 지역 화제거리를 입에 낼 기회도 없었지.

이 전에 동네에서 친구와 소소한 동창회 비슷한 모임을 가진 적 있는데,

10년만에 그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야.

 

아니, 역시 그 때는 그 얘기로 완전히 뜨거웠다니까.

특히 가장 화제는 사탕 할머니의 사탕을 먹은 적 있는 사람이 나뿐인줄 알았는데,

사실 당시 친구들 모두 받고서 먹었다는거야.

 

뭐야, 너네 모두 숨기고 있었냐같은.

참고로 우리가 다닌 초등학교에 지금 내 조카가 다닌다고 하는데...

'사탕 할머니'는 요즘 학교에서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부활한 모양이야.

아마 이번에야 말로 시속 60km로 달리거나 하겠지... 

하고 마음대로 상상을 하면서 지금도 아이들을 조금 특이하게 지켜보고 있다는게

나쁘지만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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