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일이다.
자주 부모님께서는
"날이 저물기전에 커튼을 쳐둬라."
하고 들은 사람 제법 있지 않을까?
별로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자연스럽게 칠거라 생각하지만,
나도 주의를 해두란 의미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고등학생일 때의 일이다.
방학때 자기 방에 혼자 틀어박혀,
계속 게임만 하곤 했는데,
어느 새인가 잠에 들어 밖이 어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 커튼 쳐야겠네.)
그렇게 순간 창가쪽을 보았는데,
누가 봐도 이상한 광경에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창가 바로 밖.
머리카락이 길고 새하얀 얼굴,
새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방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자같긴 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성별이 어느 쪽인지 애매했다.
아무튼 사람이 거기 있었다.
내가 장난 아닌 공포심에 뻣뻣한 상태가 되어 굳어 있는데,
그 놈은 입을 딱 벌리더니
"아-------------!"
하고 엄청나게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넘어지듯이 방에서 뛰쳐 나왔다.
실제로 계단에서 넘어지기도 하면서 1층 부엌에 있던 엄마한테 도움을 청했다.
"잠깐 뭐 하는 거야!? 너 괜찮니?"
놀란 채 이쪽으로 다가온 엄마에게 나는,
"창문에 사람이! 큰일이야!"
같이 소리쳐댔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스스로도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엄마는 그보다 내가 계단에서 떨어진 일을 걱정하는 모양이었지만,
다행히도 타박상 정도로 끝났다.
내가 진정하고 둘이서 방을 확인하러 갔지만,
창 밖의 사람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그 무지막지한 목소리도 엄마는 전혀 듣지 못한 모양이다.
"자다가 꿈이라도 꾼거 아니야?"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도 그리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그 녀석의 모습은 생생이 기억이 난다.
일부러 남의 집 지붕에 올라가서,
그런 차림으로 이런 짓을 벌일 리가 없다 생각하니,
살아있는 사람은 아닐거 같았다.
제법 텔레비전 같은 곳에,
귀신 역할을 한 사람이 얼굴을 새하얗게 칠하고 나올 떄가 있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공포가 떠올라 정말로 식은 땀과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 이후 나는 밖이 어두워지기 전에 커튼을 치게 되었다.
이후엔 틈새가 이상하게 무섭게 느껴졌다.
특히 커튼 사이 틈새는 질색할 정도로
아침이 되어서도 커튼 앞에 서서 커튼을 걷을 수 없다.
옆에 서서 걷고 있다.
어두졌는데 커튼이 걷혀 있으면,
귀신이 아닌 진짜 사람이 들여다 보는 경우가 있을거 같다.
그것도 나름 무섭다.
사소한 일 같지만,
무서운 생각을 하면 나처럼 평생 갖고갈 정도가 될 지도 모르기에,
한 번 이야기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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