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

[번역괴담] (22) - 하얀 뱀

아이버스 2024. 8. 27. 08:54

저의 집은 오래된 집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 저까지 합해 6명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체험하게 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하얀 뱀'은 신의 사자나 수호신으로서 각 지역에 전해졌다는 존재입니다.

시골이니까 뱀 그 자체를 보는건 어렵진 않았지만,

새하얀 뱀을 봤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뱀이 이따금이지만, 

저희 집에 모습을 드러내곤 헀습니다.

 

하얀 뱀을 볼 때는 반드시,

현관에서 들어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가

어느새인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제가 처음 그 뱀을 목격하게 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납니다.

 

다같이 목격했을 때 할머니는

"보렴, 저게 수호신인 하얀 뱀이란다."

하며 바라보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뜩이나 무서운 뱀이 새하얗고,

붉은 눈을 하고 있는 모습에 말도 못할 공포를 느끼곤 했습니다.

 

하얀 뱀을 보고나서 1개월 정도쯤에,

할머니께서 심장 발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이 때는 그냥 우연인가보다 생각했지만,

그리고나서 몇 년 뒤.

이번에는 저와 할아버지가 하얀 뱀을 목격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뱀을 보고 합장을 하셨지만,

저에게는 역시 기분 나쁜 인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할아버지도 하얀 뱀을 보고 1달 후에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하얀 뱀은 신이 아니라,

불행을 몰고오는 존재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확증도 없는데, 

하얀 뱀을 나쁘게 말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핀잔만 들을거라 예상했습니다.

 

그 다음 뱀을 보게 된 건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어른이 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목격했는데,

불만이 있던 저는 이제 공포심보다는 복수심이 더 강해져 있었습니다.

뱀을 쫓아버리면서,

 

"당장 꺼져! 두 번 다시 집에 오지 마!"

하며 욕설을 퍼부어댔습니다.

 

아버지는

"그러다 벌 받으면 어떡할려고 그래!"

하며 혼내셨지만...

 

그 아버지도 1개월 후,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지병도 없이 건강하기 그지없던 아버지가 말입니다. 

이걸로 저의 의혹은 확신으로 변하였습니다.

하얀 뱀이라하여 무조건 좋은 존재만 있다고 할 순 없었던 겁니다.

어머니는 이 이야기를 믿어주시긴 하셨지만,

심장발작으로 가족이 죽게되었다는 사실은 변함 없었습니다.

우선 주의는 해두자는 걸로 이야기를 매듭지었습니다.

 

그 뒤로, 어머니는 하얀 뱀을 보는 일은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역시 심장발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완전히 하얀 뱀을 의심하고 있던 저는,

어머니의 죽음도 그 녀석의 짓이라고 생각해,

잘 알고 있는 주지 스님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에 그 뱀을 만나면 죽여버리려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가족의 상황을 알고 있던 주지 스님은

"하얀 뱀이 하얀거지, 무엇이겠습니까? 

불필요한 살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애초에 하얀 뱀과 가족의 불행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판단은 어렵습니다.

집에 한 번 불제를 지내고 상황을 보는게 어떠십니까?"

그렇게 제안을 해 왔고,

저는 우선 그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도 저는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지만,

하얀 뱀의 모습을 본 적은 없습니다.

 

다음에 모습을 드러낼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