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

[번역괴담] (21) - 붉은 옷의 은인

아이버스 2024. 8. 27. 03:20

저는 아마 유령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도 이 일을 믿기 힘들기에,

누군가 그냥 잘못 본 거 아니냐 한다면,

뭐라 대답하긴 곤란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본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당시에 저는 딸인 A와 함께 근처 공원에서 노는게 일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동네에 오고 나서 4년도 채 안 되었습니다만,

남편의 이야기에 따르면 10년 정도 전부터 급속도록 진행된 도시계획에 따라,

많은 아파트가 즐비한 지역이 되었다고 합니다.

 

딸과 공원에서 노는 일은 즐겁긴 했지만,

동시에 불안한 점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요 1달 정도 근처 아파트의 한 곳에서,

저와 동년배로 보이는 여자가 공원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기에 그녀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싫어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 해봤지만,

"너무 과민반응 아냐."

하고 말만 듣고 상대해 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 붉은 옷의 여자는 경치를 그저 보고 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마침, 우리가 공원에 있는 시간과 일치한다는게 

이상할 정도로 불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공원에 가 아파트쪽을 올려다 봤는데,

그 붉은 옷의 여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심을 하면서도 경계를 게을리 하진 않고 있으니,

어느새 여자가 있는 방에 남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째서 다른 사람이 있지 하고 생각하는데,

그 남색 옷을 입은 여자가 아파트에서 나와 이쪽으로 향해 걸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어째서인지 신경이 쓰인 저는,

딸의 안전을 곁눈질로 확인하면서,

공원 근처에 온 그녀에게 큰맘 먹고 말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냉정해져 뒤를 돌아봐,

저는 그녀가 보기엔 이상한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빠른 발걸음으로 거친 호흡을 한 채 "실례합니다."하며 불러 세우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보며 멈춰 섰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분은 방에 살고 있는 여자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후배라 하였습니다.

"요 1달 정도 방에서 그 선배분이 붉은 옷을 입고 저희를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만...

왜 보고 있었나, 짐작가시는 바가 있을까요?"

저는 솔직하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뜻밖의 말이 들려왔습니다.  

 

"선배는 1달 정도 전에 방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어요... 

결국 죽었어요."

그 선배는 1년 정도 전에 결혼 상대를 찾으려는 모임에서 알게 된 남자와 좋은 사이가 되었다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상대에게 차이고 나서는,

패기도 없어지고 야위어가더니,

결국엔 직장에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합니다.

 

선배는 가족도 없고 연락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한 회사 동료들이 그녀의 집에 찾아와 문을 열자,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합니다.

 

오늘 자신이 온 건 방을 빼는 일과 장례식의 협의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걸 듣고 저는 이상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봤던 붉은 옷의 여자는 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 있었습니다.

선배는 방의 배치 구조상 창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목을 맨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본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붉은 원피스는 선배가 마음에 들어하는 옷이었다고,

후배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자 그 때 갑자기 딸의 비명이 제게 들려왔습니다.

딸을 보니, 미끄럼틀 꼭대기에 있는 울타리에 몸을 내밀다가,

바로 머리부터 추락하려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큰 소리를 지르며 힘껏 뛰어갔습니다.

딸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으니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아~! 누가 살려줘!"

그렇게 강하게 바랬던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딸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

갑자기 불쑥 붉은 옷의 여자가 나타나 

딸을 감싸 지면에 내려놓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딸은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모른 채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저는 딸을 감싸 안으며 옆에 선 붉은 옷의 여자를 향해

"정말 감사합니다."고 인사를 하자,

그 여자는 빙긋 웃고는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모습은 후배 분도 보신 모양이라.

"선배는 아이를 좋아하셨죠..."

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뒤로 선배분의 장례식에 우리 가족도 참가했습니다.

전혀 인연이라곤 없는 우리였지만,

답례의 말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딸을 구해 준 은인이니까, 분명 천국에서 행복할 거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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