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진위를 저는 모릅니다만,
이 이야기를 전해달라 하셨던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할머니는 젊으실 적 현지에서 제법 자산가인 집에 시집을 간 모양입니다.
이러니 이젠 고생 없이 살겠네~ 하고 태평하게 생각하기 무섭게,
세계 대전이 일어났습니다.
역시 전쟁 상황에서 생활하는건 힘드셨던 것 같지만,
어떻게든 살아 남아 징병 가 있던 할아버지도 전쟁터에서 돌아오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과묵하셨지만 자상한 사람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자상하고 과묵한게 변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눈이 자꾸 번뜩이는 모습에 할머니는 무서우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너덜대는 인형을 들고 돌아오셨습니다.
이게 뭐야? 하고 여쭈어 보셔도 할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주웠어. 소중한 거니까 버릴 수 없어."
하는 말을 들었지만, 버리려고 하면 굉장히 화를 내셨습니다.
평소엔 상자에 들어 있기에 남의 눈에 띄거나 하진 않았지만,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쳐 누구한테 보여주기 좋은 물건은 아니란 느낌이 드셨다 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일본은 대 혼란이었지만,
자산가 집안이었기에 당분간은 고생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달아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의 부모님이 각각 병과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집에 와 있던 대다수의 관계자나 친척도 불행이 겹치며,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할머니도 뱃속의 아이를 유산하게 되었습니다.
가문의 경영도 점점 위태로워져, 드디어 불미스러운 상황에 이르게 되버렸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생각하던 차에,
가문에서 전속으로 있던 점을 치던 분(?)이 조언을 해준 모양이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게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 집이 기울게 된 원인은 남편 분께서 전쟁터에서 가지고 돌아온 그 인형에 있다 생각이 듭니다.
인형에서 이상하리만큼 강한 저주가 느껴집니다.
후하게 공양을 하고 버리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할머니도 그 인형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있어서 점을 치시는 분의 의견에 찬성을 했습니다만,
그 사실을 들은 할아버지는 굉장히 화를 내셨습니다.
그러더니 그 점쟁이를 집에서 쫓아내 버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가문의 경영도 막다른 곳까지 몰리며, 파산이 결정된 날 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이제는 나도 무일푼이야,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인생이 됐어.
이렇게 되버린 일은 정말로 면목 없게 생각해.
미안해. 앞으로도 나랑 같이 있어달라고 하고 싶진 않아.
분명 나랑 같이 있으면 불행해지겠지.
부디 나랑 헤어져 넌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인생을 보냈으면 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이별 이야기에 할머니는 당황하셨습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해요.
힘드니까 오히려 2명인 쪽이 낫죠.
저가 싫어지게 되신건가요?"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을 한 뒤,
"저 인형이 흉물이란건 나도 알고 있었어.
저주 때문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불행이 겹치면 뭐가 있을 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난 버리거나 할 순 없어."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전쟁 중에 할아버지가 속한 부대는 일본 점령지에 있었지만,
현지 사람들과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전황의 악화와 동시에 그 관계는 급변하게 되었습니다.
우호적이었던 현지 사람들과도 전투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해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용서해 줘.
그렇게 기도하면서, 할아버지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방식처럼 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모양입니다.
저항이 없어진 뒤 광경은 마치 지옥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공방이 끝난 주위를 확인하고 있는데,
무언가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는걸 확인하고,
할아버지는 자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린 아이 옆에 있던 인형이 움직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인형이 스스로 움직일 리가 없겠지만,
할아버지는 확실히 움직인다고 증언하셨습니다.
순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달려간 할아버지는 인형을 품에 감추어 들고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인형에는 그 날 살해당한 사람들의 마음이 깃든거 같아.
하지만 죽인건 나야.
내가 자기 손으로 해치웠지.
어떤 이유든지 말야.
저질러 버린 일을 떠맡게 된건 당연해.
도망치는 일도 허락되지 않아.
그 날을 잊어버리면 그 사람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되겠어..."
그 말을 하고 할아버지는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남들 앞에서 우는 모습을 할머니가 본 건 그게 처음이신 모양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정말 성실하고 고지식한 양반이군요."
함과 동시에
'좋아해!'
하고 강하게 실감하신 듯
"저주인지 뭔지 저도 같이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니까 당신 옆에 있게 해주세요."
하고 이야기 하고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이후 생활은 몹시 힘들었다고 할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의지가 되었던건 양자로 맞이한 아이,
즉 제 어머니였다 하십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에겐 아이는 커녕 친척도 모두 없어져 버렸으니까.
그래서 우리들에겐 정말로 너의 어머니가 천사였단다.
무슨 일이 있어도 힘을 냈어."
이런 일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루어진 모양인데,
듣기론 어머니도 "그렇게 말한 게 몇 번 째일까~?"하고 웃으시면서 맞장구를 치십니다.
"뭐 여러가지로 힘들었어도 즐거웠으니까."
하고 어머니가 말씀하시고 할머니는 싱글싱글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제가 철이 들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저주 받았다는 인형은 "내가 죽으면 같이 태워주게."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같이 화장되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든 걸 앗아간 저주였지만,
지금 우리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건 거기서 저주도 없어진걸까요.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신 후 몇 달 뒤, 할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할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돼.
그 일로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하니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거라.
멋있었던 할아버지처럼 말야."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을 주려는 성실한 삶을 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번역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역괴담] (20) - 카메라맨의 이상한 죽음 (0) | 2024.08.27 |
---|---|
[번역괴담] (19) - 여고의 체육 창고 (0) | 2024.08.27 |
[번역괴담] (17) - 사라야시키 (접시 저택) (0) | 2024.08.26 |
[번역괴담] (16) - 갑자기 변한 A (0) | 2024.08.26 |
[번역괴담] (15) - 목숨을 구해준 무언가 (0) | 2024.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