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괴담

[번역괴담] (16) - 갑자기 변한 A

아이버스 2024. 8. 26. 15:18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 조용하고 늘 혼자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알기 쉽도록 A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A가 어느 날, 1장의 사진을 갖고 왔습니다.

그걸 반 친구들 모두가 보여주었는데, 드물게 모여든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얼핏 보니 사진에는 집이 불타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창문이나 문같은 데서 불길이 나오고 있는건가 생각했더니, 

불꽃이 아니라 빨갛게 칠해진 얼룩(?)같았습니다.

 

게다가 그 얼룩이 어째서인지 

사람 얼굴처럼 보여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저는 처음 본 거지만 심령사진의 일종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된 건물은 본 적 있는 곳이었습니다.

마을 산기슭에 있는 이젠 아무도 안 사는 빈집이었습니다.

 

"야, 방학되면 여기서 담력시험 해보자."

여름 방학을 코앞에 두고 이벤트마냥 반 애들의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그리고 7월 하순 밤, 반 애들 중 호기심 많은 애들이 모여 마음대로 담력 시험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불법 침입이었는데,

그건 제법 옛날 일이니까 시효가 끝난 일로 봐주세요.

 

당일엔 저도 친구에게 꼬드겨 참가하게 되었지만,

사진을 갖고 있던 A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서대로 집 안에 들어가 거기서 나오면 다음 차례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온 애들은 모두 실망한 표정으로 "암것도 없잖아."하고 말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 들어가지 않은 애들은 긴장이나 불안이 높은 상태였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친구랑 둘이서 집 안에 들어갔습니다.

모기가 많아 불쾌한 와중에 1층 부엌에 도착.

그러자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기에,

우리는 당황하며 뛰쳐 나왔습니다.

 

"뭔가 있었어!"

하며 놀란 우리가 나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무 일도 없이 담력 시험이 끝났지만...

문제는 그 뒤입니다. 

 

 

2학기가 되자, A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병에 걸린거 같아 당분간 입원하게 되었단다."라며 알려주셨습니다.

 

A의 병이 무엇인지는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반년 정도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A가 보여준 사진을 계기로 반이 들끓더니,

담력시험이란 이벤트까지 했으니... 

어쩌면 무언가에게 앙갚음이라도 당한건가 하는 반에선 안 좋은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아무렇지 않게 A가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던 느낌이었는데,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밝아져 완전히 성격이 변해 있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성격이 변한거지,

작년 같은 반 친구들이 물어보았지만,

작년 일을 모르던 애들은 A과 서스럼 없이 어울리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중학교 동창회가 열렸습니다.

간만에 재회하여 추억 이야기를 꽃피우던 때 A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즘 그 애는 뭐 하고 있어? 오늘도 출석 안 한 거야?"

하자, A가 이후 뭘 했는지 알던 애로부터

 

 

"A는 정신병을 앓다가 죽고 말았대나봐."

하는 말을 들어, 저는 무심코 말문이 막힌 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에 의하면 A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조울증에 걸려,

호전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사망하게 되었다는겁니다.

 

충격적인 일이 있고 그 이유를 이유를 이렇게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 심령사진을 반 애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A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요?

 

3학년이 되어서 A의 성격이 갑자기 변한 것도,

병이 원인이 되서 그런게 아닐까 지금에서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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