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생 시절, 모 호텔의 청소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그 때 겪은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거 같지만,
옛날 건물에는 '4'나 '9'를 피하는 장소가 제법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401호실, 402호실, 403호실 다음에는 405호실.
404호실은 없는 식으로요.
4는 '시( 死, 주 : '죽을 사', 일본어에서는 '시'로 읽음)',
9는 '쿠( 苦: '괴로울 고', 일본어에서는 '쿠'로 읽음)'랑 발음이 똑같다며,
방 번호를 배정하지 않는 일이 많았는데,
제가 일하고 있던 호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배우면서 같이 작업을 했습니다.
저를 가르쳐 준 사람은 가장 오래 근무를 했다는 베테랑이면서 오지랖 넓은 A씨와,
2번째로 오래 일을 했고 일처리가 빠른 편이나 조금 쿨한 B씨.
그때까지는 복잡한 업무를 하진 않았지만,
사소한 확인이 필요했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근무나 방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가 일하고 있던 곳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청소에 들어가기에,
대강 내용만 기억하면 혼자서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혼자 작업을 할 때, 3명은 휴식을 취할 거라고 B씨가 말했습니다.
"일단 말은 해 둔다만, 405호실에 들어갈 때는 주의해."
무슨 말이지? 하고 생각하며 묻자,
"나올거야. 그게."
하고 B씨가 손목을 몸 앞으로 덜컥 내리는 시늉을 합니다.
"엑?! 귀신이라도 나와요?"
제가 놀라 목소리를 높이자 바로 A씨가 이어 받습니다.
"그냥 그렇게 믿는거야. 신경 쓰지마, 신경 쓰지마."
B씨도
"뭐 우리는 아무런 경험도 한 적 없었어. 그래도 일단 그만둔 애나 손님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하고 보충을 해주었지만 저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몇 번이고 405호실에 혼자 청소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뭐야 괜찮네하고 생각했던 때였습니다.
405호실에 청소를 해야 해서 방으로 향했습니다.
문이 자동 잠금 방식이라 스페어 키로 문을 열고 방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닥 더럽지도 않았으니, 우선 화장실부터 청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뒤를 돌아보자 방에서 튀어 나온 사람의 손만이 보였습니다.
혹시 사람이 아직 방에 있었나?!
당황하여 방 문을 열어 확인을 해보았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복도는 길게 일직선으로 다른 방은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으니,
숨을 장소 같은 건 없었습니다.
순간 몸이 떨렸기에,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B씨에게 와달라 하였습니다.
"뭔 일 있었어?"
그런 물음에 설명하면서도, B씨가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우선 일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저와 B씨는 얼른 청소를 끝내고 휴게실로 돌아갔습니다.
"확인해봤지만, 405호실의 손님은 분명 체크아웃 했어. 30분 전에."
직원분도 있어서 다같이 CCTV를 확인해 보았지만,
확실히 손님이 돌아가는 모습이 찍여 있었습니다.
제가 이상한 체험을 했던 그 순간에,
복도의 CCTV가 달려있다는걸 알고 보았지만,
어째서인지 문이 아무도 안 그랬는데 마음대로 열리고,
그 뒤에 제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야. 누군가 죽었다던가 하는 일도 아닌데."
직원분들이 말씀하시길,
405호실은 원래 번호 대로 404호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404호실을 이용한 손님들에게서 무서운 체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게 되어
404라는 숫자가 나쁘다고 생각해 405로 변경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합니다.
불제도 지내 보았지만, 변함없이 이상한 현상이 계속된다고 합니다.
결국 대책으로 이후에는 405호실의 청소만은 2인 이상 하는 걸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당분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저와 A씨가 405호실 청소를 하러 갈 때였습니다.
4층으로 올라간 순간, 문이 열리며 405호실로 들어가는 누군가의 손이 보였습니다.
이건 뭐 A씨도 본 모양이라
"봐 버린거 같아~!" 하고 안절부절 했습니다.
뜻을 굳히고 조심스럽게 405호실로 들어가 보았지만,
역시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져서 저는 2년 정도 한 그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습니다.
벌써 그 호텔의 사건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만둔 지 몇 달 후에 B씨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일단 전하긴 해야 할거 같아 연락했는데,
A씨가 죽었거든.
일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나봐.
근데 그 날이 4월 4일인거야.
우연이라곤 생각하지만, 일단 우리들도 조심해두는게 좋을거 같아서.
그럼 잘 지내고."
그 뒤 인생에 있어 저는 굉장히 '4'를 피하고 넘기려고 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A씨가 4가 나열된 날에 죽었던 일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역시 자꾸만 신경쓰이기만 합니다.
호텔은 결국 문을 닫아 이 세상에 남아있진 않지만,
제가 유일하게 체험했던 이야기 중 가장 섬뜩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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