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연습 상 의역,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하셔서 감상해주심 감사드리겠습니다. 출처 : 공포의 샘]
공 공 공을 치자 공을 치자
공 공 공을 치는 손이 젖혀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도쿄에서 일하던 나는 갑자기 시골에 있던 본가의 가업인 건어물 가게를 이어야만 했다.
솔직히 워킹파였던 나는
"어차피 월급도 쥐꼬리만했으니까 시골에서 느긋하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지."
하고 이렇게 된거 바로 인수인계도 설렁설렁 하고 퇴사했다.
인간관계도 그리 좋진 못했고,
무엇보다 자연이 많은 시골살이가 도시에서 10년 이상 살아왔던 내게는 '편안함' 그 자체였다.
"오~!! 너, 하치로. 언제 돌아온거냐!?"
무인역에 내려 옅은 배기가스 냄새가 나는 시골 특유의 겨울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오~!! 너 스즈 아냐!! 뭐 하고 온거야!?"
소꿉친구인 스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니까...
"밭에서 돌아온거냐. 너란 애는..."
그 볼품 없는 몸매도... 10년이나 지났는데 성장하지 않았구나하고 떠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허벅지를 걷어차였다.
"하치로!! 너말야, 돌아오자마자 남의 몸을 보고 비웃기나 하고..."
"아니, 아니라고!!"
"뭐가 말인데!!"
"아냐,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또 걷어차였다.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무릎으로 허벅지를 차는건 반칙이라 생각했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스즈는 내게 말을 걸었다.
"...아버지, 이번엔."
"아아 ...응. 갑작스러웠지."
"심장마비였다지?"
"그런 모양이야. 근데 나도 자세히는..."
거기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또 조만간'이란 말을 남기고 집 앞에서 헤어졌다.
"다녀왔어."
집 안쪽에서 어머니가 나오셨다.
"정말... 잘 돌아왔단다."
어머니는 안색이 좋지 않으시다.
"엄마, 괜찮아!?"
"아아, 괜찮아."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가 먼저 떠났으니까. 심신이 피로한 것도 어쩔 수 없겠지.
"내가 돌아왔으니까 걱정 하지 마."
"...이치로, 돌아온거냐?"
어머니 뒤에서 할머니가 나왔다. 벌써 90세를 넘겼으니 꽤 노망이 오신 모양이다.
나랑 아버지를 착각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할머니, 전 하치로라고요."
"그래, 그래. 장사는 어떻게 잘 되고?"
귀도 먼 모양이시다. 성가심을 느낀 나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할머니도 그걸로 만족하셨는지 싱글벙글 웃으시면서 안쪽으로 비틀대며 돌아갔다.
"자, 들어오렴!! 너 방은 그대로니까."
이 몇 년간 집에 돌아가지 않았는데도,
내 방에 들어오니 옛날로 시간여행이라도 한 것같아 현기증에 가까운 감각이 휩싸여와 조금 비틀거렸다.
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천천히 내 방을 둘러본다.
당연하면서도... 뭐 하나 변한게 없다. 변함 없는 시골살이.
그 변화 없는 모습에 싫증이 나 도쿄에 억지로 취직을 한거곘지.
"...응?"
방 한가운데에 아주 동그란 무언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손으로 잡아 본다.
...꽤나 오래된...공? 왜 내 방에?
아마도 할머니건가. 나는 공을 들고 거실에 있는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할머니. 자, 이거."
공을 건네드리자 할머니는 순간 가만히 공을 바라보셨지만,
그래도 기쁜 듯 입을 벌려 웃으시면서 양손으로 공을 잡고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면서 공치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공 공 공을 치자 공을 치자
공 공 공을 치는 손이 빗나가...
할머니께서 아직 어릴 적에 놀때의 노래 같았다.
그나저나 저리 기뻐하시다니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튀나.
울타리를 넘어서 지붕을 넘어서
대로변을 벗어나 날아간다~ 날아간다
하지만 어릴 때 깃든 기억이란건 굉장했다.
벌써 상당히 노망이 드셨음에도 이렇게 또렷하게 가사를 기억해낼 수 있으니까.
감탄을 하면서 할머니의 상대를 해드리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들어오셨다.
순간, 나와 할머니를 보고 섬뜩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 나랑 할머니가 아니라...
할머니가 들고 계신 공을 보고 어머니의 안색이 변하셨다.
"엄마? 왜 그래요? 그렇게 얼 빠진 얼굴을 하고 있고!?"
순간 어머니는 태도를 바꿔 미소를 지으시더니
"에? 하하하, 아냐, 아냐!! 할머니가 기분 좋아 보이시는게 드문 일이라."
계속 말을 하시는 어머니. 이럴 때 사람은 무언가를 숨기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에~ 할머니 평소에는 기분이 좋지 않으신거야?"
"아니, 그게 요즘 들어서 갑자기 화를 내시기도 하고~."
할머니는 우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공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노래를 계속 부르고 계셨다.
사신 행렬이 아니고
기슈의 영주님이 금의환향하신다~
문장 옷궤까지 함께 동행하신다
오카고 옆에는 시종
창을 빙글빙글빙글 이영차 이영차
...즐거운 모양이시다. 아무래도 할머니에게는 이 상황이.
"저기, 그 공치기 노래는 할머니가 어릴 적에 있던 노래야?"
물어보았다.
손을 멈춘 할머니는
"아~ 이 노래는 새로 만들어진거야."
내 말을 들은 모양이다. 하지만 새로운 노래를 이렇게나 기억할 수 있다는게 놀랍다."
"그래도 말야, 이치로. 이 노래는 이 지방에선 옛날부터 전해진..."
"자!! 할머니!! 이제 식사 해요~"
어머니가 갑자기 끼어드셨다.
"엄마, 방금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려..."
"하치로, 너 오랜만에 왔는데 근처 친구들한테는 인사 했니?"
나는 쓴웃음을 짓고는
"아니, 어린애도 아닌데. 근처 술집에서 만나지 뭐."
"그래, 그럼 목욕물좀 데워주고 올래."
...뭐야? 이 분위기는? 뭐, 됐다고 생각하며 할머니쪽을 돌아보자 다시 공을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공 공 공을 치자 공을 치자
떨어진 오카고의 덮개
"여보세요 기슈의 영주님
당신의 나라의 귤나무산
저에게 보여주십시오 보여주십시오."
...아까 할머니가 말씀하려 했던 '원래 노래'가 신경 쓰였지만,
목욕물을 데우기 위해 나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내가 집을 나선 지 7년 뒤에 리모델링을 해서 최신식 욕조가 되었다고 아버지가 자랑하셨지...
조금 슬퍼지면서 나는 목욕탕 문을 열었다.
"...으윽!?"
분명 최신식이었지, 곰팡이 하나 없는 현대적인 욕실.
하지만 그 새로운 욕실에 어울리지 않는 뭔가가 있었다.
세탁물 한 가운데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공이... 하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단번에 부엌까지 뛰어와 어머니에게 이를 따지러 갔다.
"엄마!! 이게 목욕탕에!!"
어머니는 천천히 돌아서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아, 할머니가 그랬지.
정말, 식사도 안 하시는데 공을 현관에 늘어놓으신다니까."
어깨와 무릎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서도 다시 물어보고 말았다.
"우리 집에는 도대체 이런 공이 몇 개나 있는거야?"
"글쎄? 할머니가 어릴 적에 모아두신 모양이야."
나는 갑자기 어처구니가 없어져 퉁명스럽게 "목욕물 데우고 올게."하고 부엌을 나섰다.
거실쪽을 보았지만 벌써 자기 방으로 가신건지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계신 것도 귀찮나보구먼, 하고 투덜거리며 목욕탕의 스위치를 넣었다.
전자동으로 물을 데우고 보온까지 해준다.
혼자 살 때는 샤워로 끝내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탕에 들어갈 일이 많아질거 같았다.
"1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3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돌아오지 않아."
!?
뭔가 귓가에 공치기 노래의 선율이 들린거 같았다.
물론 목욕탕에는 나 혼자였다.
오싹한 기분이 들어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자기 방의 문을 열자,
"우왓!! ...할머니!?"
방 한가운데에는 할머니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손에는 그 공을 들고선.
아아, 노망이 나셔서 내 방과 자기 방을 착각하신 모양이다.
"하치로, 거기 앉거라."
...할머니? 하지만 방금 나를... 하치로라고?
"시간이 없다!! 문 닫고 당장 앉거라!!"
당황하며 문을 닫고 나는 할머니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하치로, 너 도망가라!!"
"할머니!? 왜 그러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난 지금 오늘 막 돌아온 참인데..."
"당장 돌아가래도!! 넌!! 여기서!"
"아니, 할머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너, 역을 내릴 때 누구랑 만나지 않았니?"
나의 심장이 '두근'하고 뛰었다.
"만나지 않은거냐? 만났지!! 하치로."
"그, 그거야 좁은 동네니까. 누구라도 만났지."
"누구냐? 만난건? ...너가 잘 아는 사람 아니었느냐?"
...안 좋은 예감이 든다는 건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가.
"...만났어. 할머니도 아는 스즈랑."
"마치,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만난거지!?"
"아, 아아."
그걸 듣고 할머니는 휴 하고 숨을 토해내며 공치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공 공 공을 치자 공을 치자
공 공 공을 치는 손이 빗나가...
"하치로, 이 지방에 전해지는 이야기 말인데."
"으, 응."
"종이랑 쓸거 가져와 보렴."
나는 할머니가 말씀하신대로 종이라 볼펜을 건네드렸다.
"알겠느냐? 이건 꺼림칙한 노래란다."
"노래가 꺼림칙해?"
"대놓고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뒤의 자손에게 전해야만 하지."
"..."
"그 괴로움으로 만들어지지. 자, 하치로."
"왜? 할머니?"
"사람의 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은 뭐냐?"
갑자기 수수께끼냐고.
"할머니, 그 말은."
아무 말 없이 할머니께선 종이에 볼펜을 휘갈기셨다.
" 노래의 첫 가사인 공 공 공을 치자 공을 치자 。이걸 한자로 풀어쓰면."
- *대마다 가장 가까운 공을 바치옵니다 / 하늘에게 가장 가까운 공을 바치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 원문에서는 이 가사가 히라가나로 되어 있습니다.
할머니는 이 히라가나로 읽히는 한자로 바꾸어 숨은 의미를 표시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겁니다.
"...할머니...이거... 바친다는건."
"산 제물이다."
" '공 공 공을 치는 손이 젖혀져... '이를 바꾸면 '대대로 바치옵니다 칼이 내리쳐져 젖혀지면서.'"
"젖혀진다는 말은 목을 칠 때 고개가 젖혀진다는 말이다."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튀나.
울타리를 넘어서 지붕을 넘어서
대로변을 벗어나 날아간다~ 날아간다
"여기서 대로변이란 위, 하나님이 계시는 장소지."
"날아 간다... 목을 쳐서, 목이 말야."
"하지만 나랑 뭔 관계가 있는데!? 할머니!?"
"...공말이다."
"공!?"
"산제물이 되는 집에 공이 굴러다니니까."
"공이 굴러다니는게?"
"여러 명 중에 뽑히긴 하지만 의미는 변하지 않아. 표식같은거지."
그 때 나는 어떤 '의문'이 떠올랐다.
"할머니, 아버지는... 설마."
할머니는 다시 휴하고 한숨을 쉬면서 미간을 찌푸리시더니 조용히 끄덕였다.
"어째서 아버지가!?"
"데릴사위였기에 이 마을에 혈육이 없기 때문이지."
"할머니... 겨우 그걸로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거야!? 얼척이 없는 풍습 때문에!?"
"하치로, 지신제 (주 : 토목이나 건축 공사에 앞서 제사를 지내는 일)란걸 알고 있니?"
"그거야!? ...그거잖아? 집을 새로 짓거나 뭘 지을 때 하는..."
"그래, 애초에 이 마을에서 대대로 행해져 왔던게 그 지신제란다."
"그런 지신제가 말이 되냐고!! 어디 동네에 집을 짓거나 할 때 산제물을 내놓냐고!!"
"이... 나라에. 하치로."
"하... 할머니?"
나는 너무나 엉뚱한 이야기에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농담이 아니다. 이 공치기 노래란 옛날부터 이 마을에 전해진 노래를 기반으로 한 거야."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그래도.
"메이지 시대에 니시조 야소란 사람에게 정부가 의뢰하여 만들었지."
"어째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지. 산 제물을 만든다는 의미를."
"할머니..."
"이걸 하지 않아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어."
"우연이잖아!?"
"옛날부터 하지 않으면 지진이 일어났어."
...또 한 가지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다.
"할머니, 아버지는 산제물이 되버린거야?"
"아아."
"다른 사람이 되면 안 되는거야?"
"지보리 신은 자모신이라 쓰는데 건장한 남성밖에 제물이 될 수 없단다."
"그럼 어째서 나까지 그러는데?""
그 순간 할머니가 단번에 수십 살 나이를 먹은 듯, 마치 먼 옛날에 이미 죽어 껍데기만 남은 듯이 생기가 없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 할머니?"
"도망쳐라."
"에!?"
"이치로는... 도망쳤어. 가족이랑 이 마을을 버리고 했단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할머니의 말을 기다렸다.
"결국은 붙잡혔지... 하지만 스스로 직접 제물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단다."
그 때 현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어이!! 하치로!!"
스즈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었다.
"감시역이야."
다 쓰러질 듯이 중얼거리는 할머니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하치로!! 술 갖고 왔다고!!"
할머니를 돌아보자 조용히 끄덕이며 창문을 가리키셨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발을 신고 창틀을 단번에 뛰어넘어 어둠 속으로 뛰기 시작했다.
죽을까보냐! 죽을까보냐! 죽을까보냐! 죽을까보냐! 죽을까보냐!
쥐죽은 듯 조용한 한밤중, 할머니의 공치기 노래만 조용히 들려온다.
공공 공치기는 영주님에게
안겨져 멀뚱멀뚱 여행을 떠나~
기슈는 좋은 나라 태양의 눈부심이여~
산의 귤이 되었구나
붉은 귤이 되었구나 되었구나.
...미안하구나 하치로. 할머니는 손자 앞에서 거짓말을 했구나.
산제물의 조건은 남자가 아니면 안 되는건 진짜란다.
하지만, 스스로 나아가야한다는 말을 하여 미안하구나.
할머니의 거짓말이었어.
사냥감처럼 쫓겨서 도망치고 도망쳐서
결국에는 살해당하지 않는다면 제물이 되지 않아.
너희 아버지는 도망치다가 심장마비로 죽었지.
그래서 땅의 신께서는 납득하지 못하셨단다.
도망치거라, 도망쳐 하치로.
산을, 너의 피로 붉게 물들일 정도로 도망치거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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